[문화산책] 찬란한 슬픔의 봄

  • 입력 2011-04-25  |  수정 2011-04-25 08:00  |  발행일 2011-04-25 제23면
[문화산책] 찬란한 슬픔의 봄
박진형<시인·만인사 대표>

김형, 아파트 뜰에 모란꽃이 피어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머리에 쥐가 날 때,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주체할 수 없을 때 뒷짐 지고 갤러리로 봄나들이를 갑니다. 해맑은 햇살 속 봉산문화거리를 천천히 걸어서 동원화랑에 들렀지요. 개관 30주년을 맞은 동원화랑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을 열고 그림을 보여주며, 손님들을 맞는 마음 편한 공간입니다. 조영남 그림전이 열렸지요. 그의 전유물이 된 화투그림, 극동의 꽃이라 표현한 화투장 속에 숨겨둔 삶의 비의(秘儀)를 들추는 유머와 위트는 조영남을 팝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지요.

예술은 한 시대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지렛대지요. 요즘 어디를 가나 세시봉 열풍이 한창입니다. 통기타와 청바지, 포크음악으로 대변되는 70년대 청년문화가 다시 복원되다니 신기할 뿐이지요. 하루가 다르게 유행을 좇는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40년도 더 된 구닥다리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세시봉은 70년대의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우리에게 대안문화였지요. 이들의 가창력과 연주는 나름의 아우라가 있고, 스토리도 갖추었습니다. 요즘 눈에 보이는 현란한 현상만을 좇는, 기계적으로 노래를 생산하듯 찍어내는 상업화된 아이돌 음악과는 분명히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화의 다양성에서 내일의 희망을 봅니다. 새로움에 대한 각성과 남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닐 때 예술은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세시봉의 열풍은 향수와 복고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겠지요. 그것은 문화의 반작용, 정반합의 원리가 아닐까요. 어느 한쪽이 성하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다시 일어나는 현상 말입니다. 쏠림현상이나 동종교배만으로는 기형적 문화의 사생아를 낳기 마련입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만이 삶의 진폭을 넓히고 향수자들에게 새로운 각성의 정신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원화랑의 조영남전은 봄날의 궁합이 잘맞은 전시회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김형, 어느 시인은 “어둔 밤에 호롱불을 들고 가는 사람이 시인이다”라고 했습니다. 출세나 명예욕, 권력욕에 사로잡혀 양지만 좇는 삶이 아니라 땅바닥에 착 배를 붙이고 전심으로 사랑하며 꽃 피운 풀꽃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시인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모란꽃 피는 찬란한 슬픔의 봄날, 내내 대안(大安)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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