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종로한옥마을

  • 입력 2011-04-27  |  수정 2011-04-27 08:10  |  발행일 2011-04-27 제22면

미국의 친구가 한국에 온다고 연락이 왔기에 이번에도 숙박을 경주의 호텔에서 하겠냐고 물었더니, 경주가 아닌 대구 종로의 한옥마을에서 하겠다고 했다. 지난 번에는 골목탐방만 하고 갔는데, 다음번에는 종로한옥마을에서 꼭 자보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했다. 친구는 한국을 몇 번 와봤지만, 대구에 올 때면 경주나 안동을 주행선지로 정했다. 대구는 1∼2시간 정도잠깐 들렀다 가면서, 나와 식사하는 곳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지난번 종로한옥마을을 구경한 후, 다음에는 꼭 대구에 머무르면서 골목탐방과 야경투어를 하고 느긋하게 대구의 맛집도 훑어보리라 작정했다는 설명이다.

여기까지는 나의 발칙한 상상이다. 지난주 학회가 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주를 다녀왔다. 비가 왔지만,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전주비빔밥도 맛봤다. 솔직히 부러웠다. 시내에서 멀지않은 곳에 머물러 갈 수 있는 공간, 그래서 더 여유로울 수 있음이 부러워서 그냥 통째로 우리 종로에 옮겨오고 싶은 마음에 발칙한 상상을 했다.

전주한옥마을을 다녀보면서 대구의 종로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전 전주의 랜드마크인 전동성당과 경기전, 한옥마을을 둘러보기로 계획을 짰다. 전동성당은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고딕식 성당인 대구의 계산성당과 닮았다. 경기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및 역사유적과 유물을 보관한 곳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대구의 경상감영공원 등과 비슷하고, 전주의 남부시장은 대구의 서문시장 등과 흡사했다. 그래서 처음 가본 곳이지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부러운 것이 며칠 묵을 수 있는 정주공간이었다. 한옥체험공간은 물론 최근 1인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 저렴한 숙박시설도 있었다.

문화공간도 부러웠다. 교동아트센터, 최명희문학관 등이 알토란처럼 소복하게 소쿠리에 담겨있으면서 서로 부딪쳐 깨어지지 않는 말랑말랑함을 느끼게 했다. 박물관하면 무조건 웅장하게 새로 짓고, 도심에서 떨어져 맘을 다잡아먹고 가야하는 일반 문화공간과는 달랐다.

대구에도 발칙한 상상의 종로한옥마을이 만들어지면 달빛 받으며 야경투어를 마치고, 중구 서야동 어느 골목에서 막걸리 한잔 하면서 그 날의 여정을 풀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이지희(경북대 건설토목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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