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신천에서 문화를 누리다

  • 입력 2011-05-10  |  수정 2011-05-10 07:45  |  발행일 2011-05-10 제16면

난 신천 둔치를 따라 자전거로 통근한다. 요즘이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전문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계절, 지형 따질 것 없이 좋지 않은 계절이 없겠지만, 장바구니 달린 작은 자전거로 장 보러 가듯 출퇴근을 하는 나는, 더도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하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사실 신천 둔치는 한 해의 하루하루, 새롭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다.

봄맞이에 마음이 제일 급한 녀석들은 수양버들 실가지의 신록이다. 그걸 보고 질세라 개나리가 축대벽에 노란 폭포를 쏟아낸다. 그 앞을 페달을 밟지도 않고 미끄러지듯 지날 땐, 탬버린의 찬란한 트레몰로가 들려온다. 개나리가 잦아든다 싶으면 벚꽃이 피어난다. 공중에서 피어내리는 벚꽃처럼 아련한 것도 없다.

벚꽃이 지고 나면 신천 위에 청둥오리 새끼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서너 마리가 아파트 그림자가 어둑하게 덮여 있는 물결을 뛰어다니기도 하고 자맥질하며 뛰노는 모습을 보면 모든 귀여운 것들의 이름인, 우리 집 강아지 '땅콩’이 떠오른다. 아침이면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작은 물고기를 보며 '죽은 물고기만이 물에 떠내려갈 뿐이다’라든가 '화이불류(和而不流: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란 말들을 생각해 본다. 세속을 등져도 안 되고 세속에 빠져도 안 되는 지혜를, 물에서 먹고 자고 놀지만 물에 휩쓸리지 않는 청둥오리와 물고기들에게서 배운다.

아침엔 태극권을 하기도 하고 밤엔 환한 불빛 속에 경쾌한 음악과 에어로빅 강사의 힘찬 구령에 맞춰 체조가 이어지기도 한다. 여름엔 돗자리 음악회와 야외 수영장이 마련되고 가을엔 루미나리에, 달구벌 축제 등이 열리기도 하고 겨울엔 스케이트장이 들어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강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쩜 우리는 더 넓고 편안한 굽이를 만들고 넉넉한 생명들을 품어 기르고 싶은 신천의 땅을 너무 많이 빼앗아 쓰고 상처 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자연은 사람의 손이 되도록 적게 가야 한다. 신천이 건강해야 신천의 문화도 건강해지므로.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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