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배치

  • 입력 2011-05-12  |  수정 2011-05-12 07:49  |  발행일 2011-05-12 제19면

얼마 전 전시회를 열었다. ‘花려한 외출’로, 꽃이 주제가 된 전시였다.

전시회를 마치고 나니 이런저런 여운이 남는다. 겨우내 시린 손끝에서 피워낸 꽃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행복했다.

전시를 위해서 작가는 작품 제작에서부터 마지막 옷을 입히는 단계라 할 수 있는 액자제작, 홍보, 디스플레이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특히나 디스플레이는 전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기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작품들이 제자리에 걸리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생기므로, 놓여야 할 위치가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조화가 이루어지고 애써 그린 작품들이 돋보일 수 있다.

화실에서 그림을 지도할 때는 늘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의 흐름을 봐야한다고 일러놓고, 막상 내가 작품을 배치하면서는 욕심에 가려 분별력이 떨어졌다. 하나같이 귀한 작품이니 어느 것 하나 내세우고 뒤로 물릴 수가 없었다.

작품 배치가 거의 끝나갈 무렵 화단의 선배님이 나오셨다. 신중하게 살펴보더니 성가시더라도 작품을 다시 배치해 보라고 했다.

작품 수를 줄여 작품 간의 간격을 넓혀주고, 비슷한 작품 사이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을 하나씩 삽입해 보라 했다.

처음에는 일의 번거로움에 앞서, 욕심과 고집 때문에 선배의 말을 선뜻 따르지 않았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꾸지람에 다시 전체 흐름을 살펴보았다. 적절하게 솎아내기를 해야 남은 작물이 잘 자라듯, 마음을 비우고 촘촘히 걸었던 작품을 하나씩 걷어내자 남은 작품들이 살아났다.

한 마디 가락 안에 단음과 장음이 어우러져 곡을 이루듯, 대작과 소품은 서로 이웃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하나씩 끼워 넣음으로써 공기의 소통이 느껴졌다.

마디가 모여 한 구절이 생성되듯, 보는 이가 심심하지 않게 전체의 공간에 음악이 흐르는 듯 리듬감이 생겼다.

조율이 잘 된 전시장 안의 풍경처럼 세상사 풍경도 저 잘났다고 우뚝 솟는 이 없이 서로 기대고 보듬으며 상호보완적으로 살아가는 훈훈한 세상이 되기를 꿈꿔본다.


노애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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