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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치약은 아래쪽부터 짜야한다고 배웠다. 늘 그렇게 해왔다. 그러다가 내가 결혼을 한 후 가장이 되자 내 식대로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쉽게 치약중간을 꾹 눌러 짰다. 아내로부터 치약을 아래쪽부터 짜라는 충고를 수차례 들었지만 난 고집을 피웠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나는 그 때 “어디를 짜건 간에 치약은 다 쓰면 되는 것 아니냐. 맨 나중에 칫솔로 아래부터 위로 싹 밀어 다 쓰고, 혹시라도 남은 것 있으면 치약 배(?)를 갈라 다 쓰면 되잖아”라고 대들었다. 그러자 아내는 기가 막힌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이런 잘못을 범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난 내가 배운 것만이 옳다는 생각 때문에 나와 다른 남들의 답을 수용하지 못할 때마다 이 치약사건(?)을 생각한다.
4년전 아들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머리를 염색했다. 그것도 모자라 귀에는 반짝이는 귀고리를 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전에 그 어떤 논의도 없었다. 아마 의논을 하거나 사전에 통보했다면 거센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평소 너무 착하고 모범생이던 아들이기에 나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충격도 적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목사 아들이기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도 되고, 염려도 됐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틀린 것인지 다른 것인지. 아버지 때의 문화와 아들 때의 문화 속에 있는 시대차이, 시각차이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하고 싶을 때 하라고, 즐기라고 대범(?)하게 처신했다. 그 이후 아들과의 관계는 더 가까워졌다. 시간이 지난 지금 아들은 염색도 귀고리도 하지 않는다.
내 것만 옳다는 생각때문에 현재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전반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상처가 생기고 있는가.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는 당연한 지혜가 이 시대에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 같다.
“2+2=4, 5-3=2” 이해하고 또 이해하면 사랑하게 되고, 오해되는 것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3번 생각하면 이해하게 된다.
송기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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