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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
스승의 날 행사가 달라졌다. 두 줄로 늘어선 아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체육관에 들어서자 아이돌 가수 부럽지 않은 환호가 쏟아진다. 환호가 빛으로 바뀌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세상이 사랑과 기쁨의 빛으로 가득하다.
체육관 천장에는 ‘제○○회 스승의 날 기념식’이란 묵직하고 무뚝뚝한 글자가 아니라 ‘사랑한다, 얘들아! 고마워요, 선생님!’이란 펼침막이 붙어 있다. 감성이 살짝 흔들린다. 아이들이 목청껏 따라부르는 경쾌한 노래가 흥을 돋우고 나면 아이들의 사회로 선생님 흉내내기, 성대모사 등의 순서가 이어진다. 아이들의 웃음과 박수가 빵빵 터진다. 클라이맥스는 좋아하는 선생님께 보내는 공개편지다. 처음 본 순간의 가슴 떨림을 고백하고 생일에, 주소에, 차 번호까지 외우는, 젊은 베르테르를 뺨칠 만한 연애편지다. 총각 선생님들은 ‘걸어 다니는 조각상’으로 추앙된다. 그 인기는 현빈과 원빈을 합쳐도 따라오지 못한다. 편지의 주인공과 선생님이 무대 위에서 만나는 순간에는, 오히려 부끄러워 커튼 뒤로 숨는 순진함과 순수함에 우리의 즐거움은 폭죽처럼 터진다. 행사 뒤에는 담임하는 반이 없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들까지 배려하여 편지를 전달하는 기특함까지 보인다.
늘 대견하고 고마운 것은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 행사를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고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만 해도 몇 주 전부터 교실마다 포스터가 붙고 본관 현관에 우체통이 등장했다. 친구들의 의견을 모으고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 문화의 주인공은 학생이다. 아이들을 인정하고 믿으며 아이들에게 귀 기울이고 맡기면, 아이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문화를 뿜어낸다. 아이들의 내면엔 무한 창조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견을 덧붙인다면 ‘스승의 날’을 ‘사제의 날’로 바꾸어서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날로 했으면 좋겠다. 제자가 없다면 스승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받는 교사만 스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또 다른 멋진 문화 행사를 기획하게 되리라. 벌써 내년 ‘사제의 날’ 행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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