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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화센터에서 민요와 장구를 가르치던 때의 일이다.
60대 초반의 여인이 초췌한 모습으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우울증으로 정신과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아주머니께서는 약이 필요 없고 여러 사람이 모여 소리 지르며 노래나 부르고 즐겁게 사시면 다 낫심니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 여인의 남편이 생전에 민요가락을 잘 부르셨다고 한다. 상엿소리를 잘해서 마을에서 소리꾼으로 꽤 인정을 받았단다. 그때는 남편이 청승맞게 민요를 부른다고 구박했는데, 정작 자신이 가진 병의 치료약이 노래를 실컷 부르는 것이라는 진단을 받아 민요와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몇 달간 민요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난 그 분에게 더 큰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고 싶어서 양로원 봉사를 권했다.
한 달에 한 번, 양로원 봉사를 가 죽음의 문턱에 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흥겨운 민요가락을 불러주라는 조언이었다. 그렇게 민요와 인연을 맺으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젠 어느덧 여러 문화축제에도 참여하고, 외국공연도 나가고, 세종문화회관에도 서게 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인터넷에서의 민요 검색을 시작으로 민요 장단에 맞춰 청소며 설거지를 할 정도로, 삶의 전부를 우리 소리로 채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우울증은 온데간데 없고, 언제부터인가 무대를 즐기면서 스케줄 관리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선상님, 참말로 우리 남편이 민요 부를 때 청승맞고 듣기 싫었는데 할수록 매력있는 게 자꾸 빠지뿌네요.”
그렇다. 우리 소리는 서양음악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는 것보다 직접 해 봐야 즐거움이 배가 되고 우리 가락의 리듬 속에 빠져든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한 여인의 삶이 활력이 넘치게 된 것도 아마 우리 조상의 소리, 우리 할머니의 소리, 우리 어머니의 소리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는 내어서 무엇 하나….” 얼쑤!
삶이 우울할 때 한 번쯤 어깨춤 덩실거리며 불러보면 어떨까.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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