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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유독 옛 것을 좋아했다. 한복 입는 것을 좋아하고, 시골집에 놀러가는 것도 좋아하고, 골동품 모으기도 좋아했다. 무조건 오래된 것이면 예외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집도 아주 역사가 깊은 도시 경주로 갔다.
시아버지께서는 6남매의 막내인데 그 집의 맏며느리가 되었다. 명절때마다 경주 남산에 있는 큰아버님 댁에 차례를 지내러 갔다. 내가 국악을 하고 골동품을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셨는지 큰아버님께서는 명절때 차례가 끝난 뒤 국악연주를 청했고, 하고 나면 골동품 한 점씩을 선물로 주셨다. 추석땐 태사혜, 설에는 백년도 넘은 족두리 등등.
나는 늘 명절을 기다리며 ‘이번엔 뭘 주실까’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그러면서 차츰 몇 천 년을 거슬러 내려온 경주김씨 가문의 전통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명절이었다. 큰아버님께서 서재에 가득한 고서들을 보여주시며, “내가 죽으면 이 고서들을 니가 다 가져가거라” 하시는 게 아닌가.
“일부는 오래 전에 경주박물관에 기증하고 이것만 남았단다. 네가 가져가서 오래오래 보존하도록 하여라.”
나는 사실 고서를 해독할 지식은 없다. 하지만 큰아버님께서 당신이 돌아가신다면 가장 귀한 고서를 당신 아들도 아닌 나에게 물려주신다는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건 수백 억원의 재산을 물려받은 것보다 나에게는 더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학모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희생과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해서 아이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난 내가 받은 이 찬란한 유산들이 우리 아이의 미래가 되리라는 걸 확신한다.
이와함께 요즘 세태에 대해서도 한소리 하고 싶다. 너무 새것만 좋아하고 옛것·전통을 무시하는 요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안타깝다. 예전 옷에 유행이 있었다면 요즘은 자동차, 휴대폰 등 생활 전반에 이런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분명 유행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저 유행을 따르는 것이 시대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오늘 따라 큰아버님이 더욱 그리운 것도 이런 세태 때문이 아닐까.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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