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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아내, 아내의 친구분과 함께 충주에 있는 명상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정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한다고 해 넉넉하게 5시30분에 출발했다. ‘넬라 판타지아’로 시작된 CD 한 장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곳을 통과할 무렵 갑자기 무언가가 끊어지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음악 사이를 비집고 들려왔다. 배터리 표시등에는 빨간 등이 들어왔다. 타는 냄새도 났다.
급히 구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보니 초록색 냉각수가 흘러넘치고 차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를 정비소로 보내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다. 일단 청주로 가기로 했다. 첫차가 7시다. 5분쯤 남았다. 무조건 올라타고 청주에 도착하니 다시 5분 후에 충주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충주에 내려서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닿았다. 마침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숲속 걷기 명상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자연식으로 마련된 점심 뒤에는 오수 명상, 향기 명상, 림프 마사지, 춤 명상이 이어졌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느끼며 나와 이어진 많은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흙, 풀, 꽃, 나무, 바람결, 새, 물소리, 햇살과 그림자, 향기들이 모습으로, 소리로, 냄새로, 감촉으로 답해 주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자 집으로 돌아올 일이 비로소 걱정됐다. 주차장에 내려가니 마침 충주까지 나가는 젊은 가족이 있어 그 차를 얻어 타고 나왔다. 충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북대구로 가는 마지막 시외버스가 홈을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을 하고 있었다.
우린 막차를 타게 될 것을 믿었다. 우리가 다른 시간대에 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 아오마메가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에서 다른 시간대로 넘어갔듯이 우린 구미 근처의 안갯속에서 다른 시간대로 옮겨갔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을 리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전혀 걱정없이 즐기고 행복해했을 리가 없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친절하게 웃어주고 도와주었을 리가 없다.
돌아오는 길, 우연히도 새벽에 안개 끼었던 그곳에서 잠이 깼다. 그런데 큰일이다. 안개가 전혀 없었다. 예전의 시간대로 돌아갈 통로가 없어진 것이다. 우린 계속 명상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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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명상센터서 돌아오지 못하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5/20110531.0102007502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