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국악하면 밥 먹고 살아요?

  • 입력 2011-06-01  |  수정 2011-06-01 07:54  |  발행일 2011-06-01 제22면

몇 년 전 일이다. 국악과에 입학한 아들의 앞날이 걱정되어 입학식 날 한 학부모가 K교수님을 찾아왔다.

그 학생의 부모가 이런 질문을 하셨단다. “국악하면 밥 먹고 살아요?”

그러자 교수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밥 못 먹고 사니깐 다시 공부해서 국악과 말고 의대에 보내면 밥 먹는 데 걱정 없습니다.”

나 역시 대구에서 국악학원을 운영하면서 입시생을 가르치다보니 간혹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돈 벌려고 예술을 선택하지는 말라”고 말한다. 덧붙여 “정말 남이 가지지 않은 한 가지 재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은 때로는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은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진심 담은 말을 건넨다.

옛 글에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했다. 즐기며 음악을 하다 보니 바빠지고, 바빠지다 보니 돈 쓸 시간이 없어 돈이 모인다는, 이런 약간은 황당한 주장도 해본다.

이제 밥 못먹는 걱정보다 어떤 정신으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 아닌가.

오늘도 내 국악학원에는 미래의 국악인들이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날을 벼리고 있다. 그 옛날 선비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른 마음(正心)과 바른 생활(正念), 바른 길(正道)을 실천하고자 거문고를 품으며 예악사상의 본질을 일깨운다.

힘들 때면 한 번씩 학생들과 함께 갓바위 산행을 한다. 처음에는 투덜거리며 오르던 학생이지만, 대가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고 각인시키고부터는 이제 먼저 가자고 재촉이다. 그런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거문고 농현처럼 서로 밀고 당기면서 오르는 사이, 국악은 우리 마음에서 영글어 온누리에 시나브로 퍼지리라는 걸 감지하게 된다. 이것이 밥 먹는 일보다 가슴을 더욱 벅차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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