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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사방이 가로막힌 듯한 문제가 나를 포위했다.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때 월간지에서 읽은 정주영 회장의 '빈대철학’이 떠올랐다. 정 회장은 인천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던 청년시절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노동자 합숙소에서 잠을 잤다. 그러나 합숙소에 빈대가 너무 많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빈대를 잡으려고 했지만 빈대의 인해전술을 당할 수 없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수돗가에 가서 대야 네 개를 가져와 상다리에 하나씩 받치고 거기에 물을 부어 두었다. 빈대가 상다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대야의 물을 건너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안심하고 잤다. 하지만 다시 빈대의 공격을 받았다. 불을 켜고 자세히 살펴보니 빈대들이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아래로 공중낙하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무릎을 쳤다. “빈대도 저렇게 전심전력으로 연구하고 필사적으로 노력해 제 뜻을 이루려고 하는데, 인간인 내가 빈대만도 못할 수는 없다"며 포기하지 않는 철학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빈대철학을 떠올린 나도 '뜻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길이 있다’는 말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 문제는 기적적으로 해결됐다. 종종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런 포기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포자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느 의과대학에서 교수가 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매독에 걸려있고, 아내는 심한 폐결핵에 걸렸다. 이 가정에는 아이 4명이 있는데, 한 명은 며칠 전 병으로 죽었고, 남은 3명도 결핵으로 살아날 것 같지 않다. 아내는 현재 임신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한 학생이 “낙태수술을 해야 합니다"라고 대뜸 소리쳤다. 그러자 교수는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네"라고 대답했다. 이 불행한 상황에서 다섯번째 아이로 태어난 사람이 베토벤이었다. 의료적 판단으로는 낙태해야 한다고 결정, 그 아이를 포기했다면 우리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됐을 것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포기할까 싶지만, 세상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동굴은 출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터널은 아무리 길어도 반드시 출구가 있다. 포기를 포기할 때에 우리 삶은 생각지 못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송기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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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포기를 포기하라](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6/20110603.01018074434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