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떤 삶이든 작품이다

  • 입력 2011-06-07  |  수정 2011-06-07 07:48  |  발행일 2011-06-07 제19면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최근에 ‘소스 코드’란 영화를 봤다. 많은 분이 보셨겠지만, 소스코드란 프로그램으로 특수 요원(콜터 대위)의 정신을 출근하다 열차 폭발로 죽은 교사(션)의 몸으로 보내서 폭파범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시간은 8분. 죽기 전 8분의 기억이 뇌에 잔상처럼 남는다고 한다. 그 기억 자상에 접속하는 것이다. 그 시점으로 접속할 때마다 상황도 다시 되돌아가지만, 콜터 대위의 기억은 축적된다. 그래서 돌아갈 때마다 정보를 종합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결국은 폭파범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는 소스코드로 돌아오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떠나간다.

“우리는 각기 다른 세상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평행이론의 친절한 마지막 자막은 이 영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객관성을 얻고 싶은 감독의 의도인지 모른다. 물론 자막의 의미도 찾아 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평행이론과 양자 역학을 모른다고 해서 이 영화를 이해하거나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깔고 있는 기본적 전제 장치, 그 영화 속에 만들어 놓은 새로운 세계의 관습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의 앞부분은 대개 기본적 설정, 전제 장치, 영화 속 세계의 관습을 정교하게 배치하고 형상화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공유해야 비로소 영화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어 긴장감과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피드’란 오래된 영화에서, 버스가 50마일 이하로 달리면 설치된 폭탄이 터진다는 설정이 영화 전체에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은 흔히 한 편의 영화에 비유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연출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 생각의 틀이나 고집, 편견 등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그 작품을 형편없다든가, 알 수가 없다든가, 볼 가치가 없다고 한다면 절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삶이든 작품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아주 찬찬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누구와도 소통하고 감동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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