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 애인에게

  • 입력 2011-06-08  |  수정 2011-06-08 07:49  |  발행일 2011-06-08 제22면

아침부터 분주했다. 다섯살난 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1박2일로 캠프가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캠프 주제곡이며 뭘 준비해야 할 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물으며 나를 볶았다.

혼자 머리 감는 연습이며 옷 갈아입는 연습까지, 다섯살 아이라고 하기에 너무 우스울 정도의 행동을 보여줬다. 쪼그만 게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모습이 무척 대견하고 억척스럽게 느껴졌다.

드디어 아이가 캠프를 떠났다. 자유로울 줄 알았건만, 막상 보내고 나니 온통 걱정이었다. 혹시나 하는 온갖 상상을 하며 하룻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나니 아침이 무거웠다. 이런 마음이면 차라리 보내지 말 걸하는 생각도 들었다.

딸이 없는 빈 자리를 체험하곤, 잠시 나는 친정엄마도 날 이렇게 키우셨겠지 그 생각을 해 봤다. 엄마랑 난 애인처럼, 술친구요 인생 친구였다. 옛날 대학생일때 밤새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절대로 결혼같은 거 안하고 엄마랑 살겠노라고 했다. 그런 내가 딸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제는 애인처럼, 친구처럼 엄마의 자리를 딸이 대신해 준다.

그 애인이 무사히 돌아와서 내 옆에 곤히 잠이 들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늘 자식이 날 지켜보고 자란다는 생각에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이다. 그래서 자식이 더 고맙고 소중한지 모른다. 나름대로 수양하며 살고자 노력은 하지만, 잘 안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인 것 같다.

딸에 대한 나의 마음을 시나 수필로 표현하자니 글솜씨가 따라주지 않는다. 이것이 늘 안타까울 따름이다. 글을 써서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글은 안되지만 그래도 마음은 언제나 애인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애인 하나 만들어 놓고 여름을 맞이하면 어떨까. 애인에게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을 주면서 말이다.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