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똥과 거름의 차이

  • 입력 2011-06-10  |  수정 2011-06-10 07:45  |  발행일 2011-06-10 제18면
[문화산책] 똥과 거름의 차이

옛 사람들은 똥을 요긴한 거름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똥과 거름은 같은 재료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똥이 ‘쓰레기’라면 거름은 ‘보물’이다. 쌓아 놓기만 하면 똥이지만, 논과 밭에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

‘부자가 3대를 가지 못한다’는 ‘부불삼대(富不三代)’란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에 300년이 넘은 부자가 있다. 12대를 넘겼고, 그것도 망한 것이 아니라 재산을 독립군자금으로, 대학(영남대학)을 세우는데 기증해 끝이 난 것이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계속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 가문이 경주최씨 부잣집이다. 그 경주최씨의 가문 원칙 중에 “재산은 1만석 이상 지니지 말라”는 항목이 있다. 재산이 1만석을 넘게 되면 넘는 재산은 이웃에, 사회에 환원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지만, 최씨 부잣집의 경우는 논을 사면 살수록 소작하는 사람들은 춤을 추게 된다. 그 이유는 소작료가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며 과욕을 부리지 않으니 지주와 소작인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동학 이후 경상도 일대에는 말을 타고 다니면서 부잣집을 터는 활빈당이 유행했는데, 다른 부잣집들은 대부분 털렸지만 최씨 부잣집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 집의 선한 평판에 대해 활빈당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공부하지 않으면 부모님은 이런 말을 종종 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나. 돈 벌어서 남 주나.” 공부하면 다 내 것이고, 공부 잘하면 돈을 잘 번다는 뜻일 게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자녀에게 “공부해서 남 주고, 벌어서 남 주라”고 가르치고 있다. 최부자 가문처럼 오랫동안 존경받는 가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부터 먼저 배운 것,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본을 보이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베풀고 나누는 것이 우리 자녀를, 후손을, 나라를 오랫동안 잘되게 만들어 줄 최고의 문화유산임을 알기에.

똥을 만들지, 거름을 만들지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


송기섭<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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