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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광호<경북여고 교사> |
우리 학교 3학년 건물 뒤편에 환경생태 체험장, 간단히 말해 작은 텃밭이 있다. 깻잎, 상추, 고추, 부추, 청경채, 열무, 아욱, 쑥갓, 방울 토마토, 조선 오이, 마디 오이, 가지 등 다양한 채소가 쑥쑥 자라나고 있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고추와 오이 끝에는 꽃잎 부스러기가 추억 조각처럼 남아 있다. 열매라기보다 미니어처 같다. 흙을 돋워 까만 비닐을 덮어주고 때때로 물을 주니 저절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흐뭇한 풍경이다.
일부러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저절로 되는 게 있는 거 같다. 가꾸는 것이 일부러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라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밥을 먹는 것은 우리가 일부러 혹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키가 자라고 건강해지는 것은 우리 몸이 저절로 이루는 것이다. 그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키 작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누가 병으로 고생을 할까. 공부하고 아이를 키우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는 것 등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자신의 할 일만을 정성으로 하면 저절로 되는 게 자연의 이치인 것 같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일까 하는 것이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절로 되게 되어 있는 결과를 억지로 성급하게, 자기 의도대로만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자신의 고집과 고정관념·편견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온전히 맞춰 주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채소를 잘 키우려면 채소의 특성을 잘 알아서 거기에 맞춰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부모의 목표에 도달하도록 키우려면 부모의 기대를 내려놓고 아이의 기분과 어려움, 잠재력을 먼저 이해하고 믿고 기다려 주는 것처럼.
해도 안 되는 경우는 없을까. 근본적으로는 없다고 본다. 참된 ‘하기’란 무언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의 틀을 내려놓는 것이 사람의 할 일이다. 이루고 이루지 않고는 하늘에 달린 것이니 내가 신경 쓰거나 걱정할 일이 아니다. 소원을 이루려 하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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