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K의 꿈

  • 입력 2011-06-15  |  수정 2011-06-15 07:48  |  발행일 2011-06-15 제22면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전공이 피리인 K는 오동나무 통 위에 걸린 여덟 줄 아쟁 연주 솜씨 또한 일품이다. 그는 연주자이자 국악교육 보급에 앞장서는 국악강사다. 거기에다 악기 만드는 일까지 한다.

4월 어느 날, 그가 악기 공장을 이전했다며 악기공방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몇 년 만에 만난 후배들과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고 새벽까지 국악의 미래와 현재, 과거를 이야기하며 각자 삶의 보따리를 하나씩 풀었다.

K가 먼저 의령 지체 장애아 학교에서 수업한 사연을 들려준다. “쌤요, 제가 그 친구들을 가르치려면 나도 같이 정신줄을 놓아야지 가르칠 수 있어요. 히히.”

난 그 말을 듣고 이 친구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나 역시 자폐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어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그들을 정상인의 틀에 짜 맞추려는 교육방법을 쓰다보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수업할 방법을 찾아봤지만 그 방법을 찾기가 힘들고, 찾았다고 해도 실천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K는 같이 춤추고 소리지르며 공감되어야 수업이 더 잘 된다고 했다. 1주일에 한번씩 그 곳에서 수업을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저절로 “K야, 넌 참 멋진, 아니 훌륭한 국악인이구나”하는 소리를 되뇌었다.

K는 꿈이 국악기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기서 악기도 만들고 국악전용 소극장도 만들어서 국악보급과 발전에 온 열정을 바치겠노라는 당찬 포부를 펼쳐보였다. 그의 몸은 비록 하나지만 이 많은 일들을 잘 꾸려나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K와 같은 국악계 후배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을 따라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내보이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갈고 닦으라고. 그러면 언젠가는 온 세상을 비추리라고.

요즘 한식의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듯이, 우리 음악이 세계화되는 그 날을 꿈꾸며 K가 만든 악기가 온 세계로 퍼져나가, 노랑머리 아가씨가 우리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의 원대한 꿈에 크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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