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점

  • 입력 2011-06-16  |  수정 2011-06-16 07:45  |  발행일 2011-06-16 제23면

커다란 캔버스에 점 하나 덩그러니 찍혀 있다. 어떤 그림은 두 개의 점이 마주보듯 찍혀 있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보이는 것과 보여주는 것의 차이를 읽어내고자 애써본다.

최소한의 표현 요소인 점과 선만으로 회화의 본질을 추구해온 이우환의 작품은 전문가들조차도 이해가 어렵다. 그 답이 한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관심을 끈다. 이에 따라 산정된 가격 또한 상상을 초월하여 이슈가 된다.

점은 절제되고 응축된 내면의 표출이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세계와 관계하고 싶다’는 작가의 뜻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상징성은 보는 이들에게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점에서 시작해 점으로 돌아간다 하였듯이, 점 하나로 우주의 근원을 담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점과 선만으로 사물의 본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동양 고유의 정신세계를 담고 있다.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의 정신세계를 넘보기가 벅차다.

점 하나로 온전히 마음을 담아내기까지는 깊은 통찰과 사유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 속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버리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삶의 찌꺼기를 걸러왔을까. 자연과 인위, 감성과 이성, 정신과 물질, 허와 실을 끊임없이 고뇌하며 결국은 하나의 점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이다.

점은 먼지처럼 미미하고 보잘 것 없는 조형요소이다. 또한 점은 모든 생명을 껴안은 우주처럼 크고 웅대한 것일 수도 있다. 점은 위치와 지점을 나타내며 시작과 끝을 내포하기도 한다. 점은 감정을 가지는지라 어느 자리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을 달리한다. 화면의 위치에 따라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점의 밀집된 형태에 따라 정적일 수도 있고 동적일 수도 있다.

이처럼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주는 점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여백이 많은 점은 뭔가 채우지 않으면 불안하여 가득 채우고도 허기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화폭을 가득 채우고도 할 말이 많은 나의 그림을 돌아본다.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삶이라면 군더더기 없는 삶처럼, 절제된 붓질을 상상해 본다. 언제쯤 초연하게 세속을 내려놓으며 가벼워진 마음으로 화면 속의 점이 될 수 있을까.


노애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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