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방천에 문화가 흐른다

  • 입력 2011-06-23  |  수정 2011-06-23 08:00  |  발행일 2011-06-23 제19면

오랜만에 방천시장을 찾았다. 지인의 전시회를 보러가기 위해서다. 전시도 궁금했지만 한동안 찾지 못한 시장의 변화가 더 궁금했다.

방천시장은 교통이 편리해 서민들이 오랜 세월드나들던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곳곳에 대형마트가 생겨나자 여느 시장처럼 그 기능이 낙후돼갔다.

몇해 전부터 이 침체된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문화 산업을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 추진됐다.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손님을 다시 불러들이자는 취지다.

빈 점포를 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인들을 초빙했다. 예술가의 손길에 의해 상가는 내부를 새롭게 정비하고 특색있는 간판을 달며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방천시장을 찾았을 때 기대만큼 실망도 적지 않았다. 이 사업은 문전성시 프로젝트로 문화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많은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눈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시장은 활기를 찾아갔다. 얼었던 땅에서 새싹이 움트듯, 방천에는 더디지만 봄이 오고 있었다. 잎이 돋고 꽃들이 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드나들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지난번에 없었던 안내도가 곳곳에 산뜻하게 배치되어 있다. 어린 시절 대봉동에서 자랐던 고(故)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추모의 길도 조성됐다. 입구에 설치된 가수 김광석의 동상과 여러 작가의 손을 거친 벽화는 잊혀가는 그를 다시 소생시켰다.

지인의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는 어느 사진작가가 지하창고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다. 갤러리운영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지라 경제적인 면만 따졌다면 감히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입주 작가들 또한 얼마되지 않는 지원금으로 창작활동의 어려움이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은 방천시장에 터를 잡아간다. 다문화가정이나 노인들의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행복사진관, 금속공예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별따공방 등.

고인 물에서는 문화가 흐르지 못한다. 방천에 지금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흐르고 있다. 그곳에 문화가 흐르기 위해 우리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노애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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