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진정한 공부

  • 입력 2011-06-29  |  수정 2011-06-29 07:58  |  발행일 2011-06-29 제22면

흔히들 ‘공부(工夫)한다’는 말을 사용한다. 나 역시 마음공부, 국악공부 따위의 여러 가지 공부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그러나 공부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 내리긴 어려웠다.

몇 달 전, 아무런 대가없이 10년째 생활한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 의미를 곰곰이 새겨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무릇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힘써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공부”라고 하셨다. 또한 “남들이 벌여 놓은 잔치판 찾아다니지 않으며, 도처에 널린 세상 재미와 욕망을 줄여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세상 이치를 아는 게 가장 큰 공부”라고도 하셨다. “공부는 문채(文彩) 내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이어야 하며, 지(知)가 있으면 행(行)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선생님의 강의에는 화려한 수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익히고 양념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비유를 쓰고, 삶에서 체득한 것을 쏟아 내셨다. 한학자였던 선생님의 시아버지는 “소도 귀에 경을 읽으면 알아듣는데, 나는 니를 소 코에 경 읽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르친다”며 6년간을 며느리를 애 터지게 붙들고 생활한자는 물론 경(經)을 가르치셨다 한다.

선생님은 “그 시절엔 머리가 공부했던 게 아니라 엉덩이가 공부했다”며 “공부가 돌처럼 아주 조금씩 자라나더라”는 것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가르치는 게 진리”라며, 쉬운 말로 며느리에게 가르치셨던 시아버지의 예법을 이어받아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여경, 곧 ‘더불어(與) 밭을 갈아서(耕) 함께 나누리라’는 선생님의 당호에서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보았듯이, 나 역시 국악을 쉽게 접하고 온 누리에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도 국악의 보급을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달려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마음속에 가득한 보화를, 내 머릿속에 든 지식을 나누는 게 최고의 보시라고 생각하면서.


김지성<김천시립국악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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