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연으로 만난 연극

  • 입력 2011-07-01  |  수정 2011-07-01 08:54  |  발행일 2011-07-01 제18면

내가 연극이라는 것에 처음 매력을 느낀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다. 혼란했던 1980년대 후반 대구시민회관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이후다. 말라비틀어진 나무 한그루뿐인 무대에, 전혀 의미없어 보이는 대사들이 오갔지만 뭔가 강한 끌림이 느껴지는 부조리극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나는 서울에서 임영웅씨가 연출한'고도를 기다리며’를 세번이나 봤다. 또 중앙대 이원기교수의 '고도를 기다리며’(무대화를 위한 연구)라는 책도 읽었다.

그렇게 이 작품에 빠져 있을 무렵, 지금 대구에서 극단 대표로 활동 중인 한 친구를 만났다. 처음 만나 부조리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무척이나 의기투합 했었던 것 같다. 그는 내가 이 교수의 책을 읽었다는 것에 굉장히 놀라워했고, 우리는 그렇게 한 배를 타게 됐다. 이따금 '고도를 기다리며’를 둘이서 함께 해보자고 농담삼아 이야기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서로에게 보이곤 했다. 그 작품이 얼마나 대작인지, 대충했다가 욕먹기 딱 좋은 작품이란 걸 서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연극과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간혹 단역으로 무대에 오를 뿐 그렇게 뛰어난 배우도, 연출가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극 안에 있다. 연극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 그들은 뭔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같다. 사랑할 지 말 지를 잰 뒤 남는 것이 있어야 나서는 계산적인 나같은 부류의 인간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들은 늘 고독하고, 현실적 벼랑에 몰린 자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다. 그들의 절박함이 낳은 애정이 나는 부럽다.

우리는 어떤 것에 공명이 느껴질 때 '이유없이 끌린다’고 말한다. 허나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내안에 있는 무엇이 그것과 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나와 연극과의 만남을 '운명적’이라는 거창한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쓸데없는 긴장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살면서 '우연’이라는 수많은 씨앗 중 하나가 '꿈’으로 자란다. 그리고 그 '꿈’을 잊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의 인생 한가운데 서게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언제나 내것이다.

박세호<극장 '마카’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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