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직 반이 남아있습니다

  • 입력 2011-07-07  |  수정 2011-07-07 07:55  |  발행일 2011-07-07 제19면
박정숙<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기획팀장>
박정숙<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기획팀장>

한 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으레 새해의 계획을 짜고, 기필코 계획을 잘 지켜보리라 다짐합니다.

책 몇 권 보기, 공연이나 전시·영화 몇 편 보기, 건강을 위해 운동 시작하기, 미뤄뒀던 공부하기와 같은 물리적인 계획에서 좀 더 너그러워지기, 지혜로워지기, 한 살의 나이가 더 듦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하기, 나를 만나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사람되기 등의 감성적인 계획까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 더 발전된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 많은 목표를 세우곤 하지만 그것들을 잘 실천해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연초의 계획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새해가 시작됐구나’했는데, 어느새 그 새해의 반이 지났습니다. ‘상반기 결산’을 내놓습니다. 일일, 주간, 월별, 분기별 등 어떤 주기에 따른 정리·결산이 있어왔지만, 절반을 지나온 시점에서의 그것은 느낌이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벌써 반이 지났나’라는 아쉬움이나 ‘반을 지나왔구나!’라는 안도와 성취,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생활을 했나 돌아보면서 지난 반년의 나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보내고만 슬픔과 아쉬움도 있었고, 어쩌면 참 부질없을지도 모를 자존심을 지킨다는 이유로 먼저 손 내밀지 못한 못난 모습도 떠오릅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장 잘하지 못하는 나의 나쁜 버릇도 아직 고치질 못했고,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더라면 더 많은 마음의 양식과 문화적 충전을 했을텐데 그 또한 목표만큼 지켜내질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아직 반이 남아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라는 말처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긴장이 가장 많이 늦춰지기 쉬운 계절일수도 있지만, 집중력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똑같은 아쉬움 갖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아직 반이 남아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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