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국에 들어오시는 분이든 지나가시는 분이든, 내가 그들에게 어떤 자그마한 배려를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두어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밖에다 두기로 했다. 칠성시장 목공소에 들러 옛 정취가 느껴지는 나무 의자를 구했다. 큰 횡단보도 사이에 약국이 있다 보니 지나가는 분이 꽤나 많이 쉬었다 가는 사랑방같은 곳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의자를 일하는 공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쉬었다 가는 공간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네 삶이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 스트레스와 긴장감의 연속이다보니 그 사이 사이에 적절하게 쉬지 못한다면 영화 ‘모던타임즈’ 속의 자동화 기계를 보듯 마음이 황폐해질 것이다.
의자는 때로 인간적인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휴대폰이나 e메일로 빠르고 편하게 서로 간에 소통을 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느림의 미학(美學)을 갈구하는 이에게, 의자는 대단히 인간미 넘치는 장소가 된다. 자신들이 웃고 떠들기도 하고 슬퍼서 눈물 흘리던 그 벤치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가슴이 짠해지는가.
무겁든 가볍든 간에 짐을 진 여행자 같은 인간들은 늘 마음을 두고 쉴 곳을 찾는다. 그래서 서로 간에 친구 같은 의자가 있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그런 의자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깨달음을 얻은 바보’라는 책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책 내용에서 친구가 죄를 짓고 도망다니는 아버지를 곧장 숨겨주려 했듯이, 의자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비밀을 지켜준다. 진정 의자는 친구라고 할 만하다.
마음속에 쉬어가는 의자 하나쯤은 가져보자. 내가 앉을 수도, 타인이 앉을 수도 있는 그런 의자 말이다. 그 자리에 영화 ‘미션(Mission)’의 ‘Gabriel’s Oboe’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의 ‘Love Theme’같은 음악도 초대할 수 있다면 한껏 더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약국 앞 의자에 또 어떤 이가 쉬었다 갈까?
김영상<약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약국 앞 의자](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7/20110711.01023073647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