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페라 공연을 위한 막바지 리허설 현장이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 모두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작곡가는 작품이 어떻게 연주될까 열심히 들으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휘자는 작곡자가 대본을 어떻게 읽었는가에 가장 관심을 갖는다. 작곡가가 어떤 높이와 크기로 대본을 읽었는가를 악보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작곡가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방금 연주한 부분을 좀 더 애절하게 연주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하고 간다. 오케스트라가 애절한 소리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마음이 답답하다. 나 역시 애절하게 느끼고, 오케스트라에 애절함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문을 받으니 어찌해야 할지 막연하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연주하지 못한 지휘자는 비판을 받게 된다. 비판을 받은 지휘자는 작곡가에게도 다가가서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어떻게 애절함을 표현할 수 있는지. 작곡가와 지휘자 사이에 열띤 설전이 오고간다. 애절함의 감정을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감정적 싸움으로 끝나고, 반대라면 어떻게든 표현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비판은 문제점을 인식시킨다. 신랄한 비판은 잘못된 문제점을 확실히 부각시킨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것까지 느끼는 단계가 비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다가서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비평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랄한 비평은 예술가에게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예술가는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심사위원이 되거나 어떤 연주에 대해서 평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곤 한다. 정말 힘든 일이다. 잘못하면 예술가에게 심한 모욕감이나 좌절감을 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건강한 비평은 사회를 살찌운다. 비평이 없는 사회에서는 건강한 발전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서로 친해지면 상처 받을 일, 기분 나쁠 얘긴 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진정 애정과 사랑이 있다면 서로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비평해야 한다.
이일구<김천시향 상임지휘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