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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 소극장에 들어오면 입구로 내려가는 벽면에 커다란 그림이 하나 붙어있다. 그림 밑에는 102명의 이름과 직업이 적혀있다. 의사,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소극장 건립에 아낌없이 자신의 정성을 내어주었기에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뜻을 전하고, 늘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개관 당시에 달았다.
이들의 정성이 모여 2005년 2월1일 마카 소극장은 개관했다. 수많은 배우와 연극인들이 그 무대에서 땀을 흘리고, 또 그 만큼의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웠다. 관객들 또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웃고 울었다. 밋밋하던 극장에 추억이 서리고 6년이라는 시간의 발자취가 찍혔다. 102명 각자의 정성이 모여 하나의 터전을 만들었고, 배우는 거기에 자신의 혼을 다한 연기로 단을 쌓았고 모여든 관객들에 의해 그곳이 가득해진 것이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 뒤에 이들은 언제나 함께 서있고, 함께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화적 삶의 주체는 소위 예술 행위를 하는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의 취지를 경청하고 우리의 뜻에 공감해서 자신의 것을 내놓은 것 또한 문화적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의 삶이 서로와 서로가 문화적인 것으로도 아주 쉽게 엮일 수 있다. 그 엮임의 결과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난 달, 대구연극협회와 대구시 치과의사회는 상호 교류 협정을 맺었다. 더 많은 연극 관람의 기회를 도모해 취약한 지역 연극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 서로 상이한 집단 간의 교류라는 면에서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인식하지 못했을 뿐 소통하고 있었고,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림 밑에 새겨진 102명의 이름위에는 월트 휘트먼의 시 ‘열린 길의 노래’가 내걸려 있다.
“난 즐거운 옛 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그들을 지고 간다/ 남자와 여자를/ 그들을 어딜 가든 지고 간다/ 그 짐들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리/ 나는 그들로 채워져 있기에/ 하지만 나도 그들을 채운다”
박세호<극장‘마카’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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