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콘서트장에서 노래방까지

  • 이일구 <김천시향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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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7-26  |  수정 2011-07-30 09:23  |  발행일 2011-07-26 제20면



내가 유학시절을 보냈던 그라츠라는 도시는 오스트리아에서 수도 빈 다음으로 크지만, 인구 약 30만명의 조용한 도시였다. 오페라 공연과 콘서트가 수시로 열렸다. 세계의 대가들도 그라츠를 방문해 연주를 하곤 했다.

유학시절, 참으로 많은 음악회를 찾을 수 있었다. 음악대학 학생은 무료입장이거나 아주 저렴했기 때문이다. 학생증을 보여주면 무사통과였다. 나중에는 얼굴이 곧 입장권이 될 정도였다.

전문 분야 학생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놀랄만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브랜들의 공연이 너무 보고 싶어서 갔지만 극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돌아가려는 나에게 표를 관리하는 친구가 가지말고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 얼마 후 비록 서서 보는 자리였지만 보고싶은 연주를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항상 콘서트장에서 일하던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좀 험상궂게 생겼지만, 따뜻하고 단순하던 그의 성품. 그를 모르는 음악대학 학생들은 거의 없었으리라.

그 시절, 그라츠의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 장은 항상 만석이었다. 그 배경에는 철저하게 가족중심인 그들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인에게 저녁시간은 가족과 함께 오페라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들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장면을 듣고 보는 것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어떠할까. 너무 성급하고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친구를 만나서 나의 얘기를 전해줘야 하고, 콘서트 장에서 노래나 연주 감상을 하기보다는 내 노래를 남에게 들려줄 수 있는 노래방으로 가야한다. 어쩌다 지인들과 노래방을 가면 확연히 느끼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경청할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다음에 부를 자신의 노래를 찾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참된 문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정신적 여유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너무 경박하고,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보다 원숙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일구 <김천시향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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