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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다. 기차 타는 걸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아이들인지라 모처럼의 기차여행을 호들갑스럽게 반겼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너무 기차를 좋아해서 일부러 무궁화호를 타고 왜관까지 그냥 다녀온 적도 있었다. 부산까지 KTX 전용선이 개통된 후 처음 타보는 터라 새로 생긴 역들이 보였다. 동대구에서 신경주역까지는 화장실 다녀오면 내려야 할 정도로 가깝다더니 정말 그랬다. 휴가를 보내러 경주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에는 가족과 오랜만의 휴식을 갖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부산스러움을 뒤로하고 천천히 기차가 움직이고 있을 때 나는 어떤 광경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와 그 무릎에 앉아 해맑게 웃는 아이,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그 모자를 사진에 담는 키 작은 아빠와 그 뒤에선 목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내게 너무나 많은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두 장애인 부부가 경주 나들이를 한 것이리라. 어쩌면 그들에겐 그것이 첫 여행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부는 아이에게 세상을 얼마나 보여주고 싶어했을까? 그들의 육체적 장애가 아이에게 또 다른 장애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부부는 얼마나 미안해하고 마음 아파했을까. 미래에 그 작은 아이에게 자신들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기도해왔을까. 하지만 그들은 지금 서로가 있어 너무나 행복해 했다. 서로의 장애를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고 한없이 믿어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이 세상 무엇보다 값진 존재라는 것. 그 작은 가족은 세상을 향해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던 것이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육신의 눈을 닫아야 한다. 그래야 내 곁에 누가 있는지 보이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일 것이다. 진실 앞에선 일 초도 너무나 긴 시간이다.
박세호 <치과의사·극장 ‘마카’ 극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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