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비가 남긴 아름다움

  • 입력 2011-08-08  |  수정 2011-08-08 09:51  |  발행일 2011-08-08 제23면
20110808


비가 오면 사람의 마음이 감상적으로 변하기 쉽다고 합니다. 당신 또한 그러합니다. 비가 올 때면 창문이 있는 공간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편안히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당신. 그래서 당신은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누구에게나 비에 대한 잔상(殘像)들이 있겠지만 유독 당신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억들이 많습니다.

20년 전 대구역 주변의 좁고 칙칙한, 비오는 골목길에서 당신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지요. 짙은 갈색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이 ‘녹향’이라는 고전음악감상실이었고, 그곳에서 음악감상 동호회 활동을 했었죠. 녹향에는 회원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뒷방이 있었는데 비도 한 방울씩 새는 골방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가로등 느낌이 나는 예쁜 등을 사서 벽에 달고 회원들과 클래식을 듣고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 하던 그 곳. 아직도 녹향 뒷방엔 당신이 달았던 그 등이 있더군요.

요즘 당신이 비올 때 좋아하는 공간이 또 있지요. 빗길을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는 차 안. 차 밖의 비들이 차 안의 분위기를 한껏 포근하게 감싸다보니 당신의 얼굴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뿌옇게 습기가 맺힌 차 유리에 손가락으로 발자국 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하트 모양을 그리기도 하는 어린애 같은 당신이 참 귀여워 보입니다. 한참을 가다가 문득 차 유리에 붙어있는 빗방울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며 사진기로 찍어보기도 했었지요.

따스한 색감의 백열등을 켜면 한지가 발린 벽면이 아늑한 공간을 이루고 공간 밖의 빗소리들이 방 안으로 들어와 앉을 때, 당신도 같이 앉아서 또 다른 친구에게 수다를 떨게 했었지요. 티볼리 모노 라디오가 곁에서 속삭이듯 수다를 떨면 당신은 너무 행복해 했죠.

올해 여름도 비가 자주 오고 있네요. 비가 올 때 듣기 좋은 음색의 성악가인 호세 카레라스가 부르는 ‘무정한 마음’ ‘금지된 노래’,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비와 당신’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려 드릴게요.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을 이곳으로 초대합니다.

김영상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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