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촌이 땅을 사면 배 부르다

  • 입력 2011-08-09  |  수정 2011-08-09 08:06  |  발행일 2011-08-09 제20면


지난 반세기, 우리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우리의 부모님과 친구들이 땀흘려 이룬 노동의 성과 덕택으로 한국은 아시아의 가난한 소국에서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 국가로 우뚝 성장했다.

‘컴퓨터 강국’ ‘경제대국’ ‘수출대국’ 등의 가속력에 의해서 달려가던 시간을 이즈음에서 잠시만 멈추었으면 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묻고 싶다. 좋은 것들, 즉 잘살면 해결될 줄 알았던 우리의 문제들이 해결되었는가. 어쩌면 우리는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잘사는 것은 못사는 것에 대해 우위일 수 있을까? 20여년전 쯤 독일에서 만났던 한 북한 유학생과의 단답형 질문 속에 이미 답이 있었다. 지금도 답은 그때와 똑같다.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매년 ‘합창경연대회’란 것이 열렸다. 당시 남자 중·고등학교에서 피아노 반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필자의 인기는 꽤나 높았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짱’이라는 학생이 나에게 직접 반주를 부탁하러 오기도 했다. 그때 합창연습은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음악적 지식은 없었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하나가 되어 화음을 맞췄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날들이었다.

외국에 여행차 나갔던 사람들이 그 나라의 인터넷 환경에 대단히 실망하고 짜증을 내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 이처럼 좋아진 것도 그리 오래지는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도 똑같이 열악한 통신환경에 놓여있었을 뿐이다. 우리의 부모가, 친구들이 협심하여 땀흘리며 이룬 경제적 성장이 있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살면 배가 부르다’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사촌이 땅을 사면 그것을 본받아 땅을 사고, 사촌이 산 땅에 친구들과 텐트를 치고 기타를 치면서 아름다운 옛날을 노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마치 우리의 부모세대가 만들어 놓은 부를 통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풍요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이일구 <김천시향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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