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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 즈음에 미술이란 놈이 나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때 당시 나는 음악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시간예술인 음악은 나에게 폭풍같은 즐거움을 주고 가슴을 뜨겁게 해 주었다. 반면 공간예술인 미술은 편안함과 잔잔한 즐거움을 주었다. 사색하기 좋아하고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찾기 좋아하는 나에게 미술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대학 시절 미술대 친구들의 작업실에 자주 놀러가면서 깊이는 없어도 미술을 접하는 마음이 더 편안해지게 되었다. 서양화, 동양화, 공예, 서예 등의 분야를 감상할 수 있었고 여러 전공의 친구들도 알게 되었다. 다양한 미술 분야에 대한 작은 만남과 나름대로 가슴 한 쪽에 방을 만들어 보관해 둔 클래식 음악, 발라드 가요, 영화음악, 국악 같은 다양한 음악들 그리고 감동적이었던 여러 편의 영화들.
이러한 예술에 대한 느낌들이 지금 내 마음의 항아리 속에서 출렁이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작은 개인 미술관에 관심이 많다. 그 곳에서 음악, 미술, 인생 등의 보따리들을 풀어놓고 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재미를 생각해 본다.
얼마 전 합천에 있는 바람흔적 미술관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약간 언덕 위에 낡은 건물이 있고 그 옆 잔디밭 위에 풍차같은 조형물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거기가 분명 바람흔적 미술관임을 직감케 했다. 미술관 내에 찻집처럼 방이 있는데 낡은 탁자와 의자를 두었고 그 옆에는 손님이 스스로 준비해서 마실 수 있는 몇 가지 차들이 있었다. 찻값은 손님들이 알아서 내고 가라는 안내문구도 적혀 있다. 잔디밭 너른 마당 위에 금속으로 만든 명태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게 나의 눈길을 끌었다. 명태처럼 입을 벌려도 보고 손가락을 넣어서 물리는 포즈를 취해보기도 했다. 주변 바위산들과 잘 어울려 운치를 자아내는 미술관이었다.
잔잔한 만남으로 미술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누구나 하나쯤의 취미를 가지면 좋듯 하나쯤의 예술도 친구처럼 곁에 두기를 추천한다. 고독한 인생의 길에서 그들은 영원히 배신하지 않을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김영상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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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과 우정이 깊어지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8/20110815.01018080023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