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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상 <약사> |
고전주의의 엄격한 형식이나 규율 따위에 더 이상 얽매이려 하지 않는 기운이 싹트면서 18세기 문학, 미술, 사상 등의 분야에서 낭만주의는 피어났다. 음악 분야에서는 1820년대에 와서 시작되었다. 자유롭고 개성적이며 이상적인 것을 동경하는 낭만주의 음악가들 중에서 나는 쇼팽을 좋아한다. 그의 음악은 다채로운 색채와 세련된 시정(詩情)을 담고 있어서, 나의 서정적인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대개 음악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들과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악연습실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은 환상이 들기도 한다. 나 또한 다른 전공을 그만두고 그런 이유로 음악대학을 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연습실에서 귀에 익은 쇼팽의 녹턴(Nocturne) 제2번이 들려왔다. 학생들이 거의 없는 시간대에 작은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은 음악대학 건물 전체를 휘감았고, 나의 귀도 피아노 소리를 향해 멈추어 버렸다.
쇼팽은 녹턴(야상곡)이라는 피아노곡을 21곡 작곡했는데, 개인적으로 제2번과 제20번을 좋아한다. 밤의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감미롭고도 차분한 음악들이다. 흔히 녹턴하면 제2번이 많이 알려져 있고 제20번은 영화 ‘피아니스트’ 삽입곡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레퍼토리에 거의 포함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낮에도 녹턴 제2번의 피아노 선율은 잘 어울리지만, 밤에 듣는 느낌이 훨씬 더 좋다. 잠자기 전에 작은 등을 희미하게 켜놓고 쇼팽의 녹턴을 들으면서 잠이 든 적도 있다. 녹턴은 낭만주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미로움의 절정인 그 음악은 꿀보다도 달콤하며 어린아이의 손보다도 부드럽다. 여자들만 모여들기 좋은 음악이라 비평하기도 하지만 좁은 살롱에서 파티하면서 듣기에는 너무 무겁거나 천박하지 않으면서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낭만음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쇼팽과 이야기하면서 파티를 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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