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옥 예찬

  • 입력 2011-08-29  |  수정 2011-08-29 08:03  |  발행일 2011-08-29 제23면


어린 시절 시골 한옥에서 살았다보니 ‘겨울’하면 아랫목, 아궁이, 가마솥, 군고구마같은 단어들이 쉽게 연상된다. 별로 볼품없던 한옥이었지만 그때의 우리집 모습은 사진앨범을 펼쳐보듯 생생하다. 그 후로 괜찮은 한옥이 보이면 애정 어린 눈빛으로 살펴보곤 한다. 그러다보니 한옥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고 집을 보는 안목도 작으나마 생겼다.

유순하고 포용력 있는 한국의 산과 잘 어울리는 한옥은 많은 매력이 있지만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 중에 하나가 담장이다. 흙, 돌, 기와 등으로 만든 담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적 가치를 느낀다. 적당한 높이의 담장은 주변 자연경치를 구경하기에도 좋다. 담장의 누렇고 잿빛의 색들은 주변의 색과 조화롭고 우리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준다. 담양 소쇄원의 오곡문과 그 담장 아래에 나있는 구멍으로 계곡물이 내원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우리의 담장이 자연과 단절된 의미보다는 자연과 이어주는 연결의 의미가 강함을 느끼게 해주는 예다.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곡선미를 느낀다. 용마루부터 처마로 시선이 내려오면 아름다운 곡선이 흐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곡선은 겸손한 선비같다. 비가 올 때면 처마의 현수곡선을 따라 떨어지는 빗물의 모습은 비오는 날의 우울함을 달래주는 풍경이 된다.

한옥의 마당도 소박하게 아름답다. 흔히 마당에는 잔디를 심는 게 좋을 듯 하지만 한옥의 마당에는 잔디를 심지 않는다. 조경(造景) 또한 각양각색으로 많이 하지 않는다. 집 주변 자연과 잘 어울리는 나무와 지피 식물들을 담장 주변으로 겸손하게 심는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그런 마당을 바라보는 한적함은 불로장생의 명약이다.

퇴계선생이 시냇가에 집을 지은 후 남은 생을 고요히 살피면서 보내고자 했듯 현대의 바쁜 우리들도 노후를 옛 선비처럼 보낼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그러기에는 한옥건축 인프라를 확대하여 지금의 엄청난 건축비를 내려야 한다. 한옥문화의 보급을 위해 국가적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약사>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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