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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 일찍 들어와?” “응. 왜?” “일찍 들어와서 나랑 놀자.” “그래, 일찍 들어올게.”
며칠 전 아침 출근하면서 6살짜리 딸아이와 나눈 대화다. 공연기획과 마케팅 일을 하는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좋은 평가를 받는 공연을 기획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퇴근 후 딸아이와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하는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빠에게 항상 새로운 이벤트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빠가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행복해 한다.
대구 곳곳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문화행사들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이런 공연과 행사들을 바라보면서 때때로 아쉬운 점도 느낀다. 특히나 공들여 준비한 공연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형식적으로 겉돌고 끝나버리는 경우 문화계의 종사자로서 안타깝다.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훌륭한 기획, 탄탄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연을 감상하는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 화려하고 큰 공연만 기대하면서, 어디가 부족한 지를 밝혀내려는 비판적인 눈으로만 본다면 공연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힘들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공연을 순수하게 감상하는 마음, 그것이 좋은 공연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몇 해 전 이탈리아 출장 중 레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소박하게 보이는 공연이었는데, 그 곳 사람들은 축제에 깊이 빠져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매년 비슷한 행사일 텐데 이들이 이처럼 행복에 빠져드는 것은 왜일까.
아마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들에게 제공되는 문화에 흠뻑 빠져들기 때문일 것이다. 비판보다는 수용의 자세를 갖고, 그 공연에서 스스로 재미를 찾아내려 노력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아버지의 재미난 표정 하나에도 까르르 웃음 짓는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면 행복감이 더 커지지 않을까. 공연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애정을 갖고 공연에서 즐거움을 찾는 문화의식과 여유가 있다면, 이것이 충분히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입장료가 비싸고 규모가 큰 공연만 찾지말고 우리집 근처의 작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부터 둘러보자. 내 마음이 바뀌면 같은 공연도 훨씬 재미난 작품으로 다가온다.
이치우 <대구음협 부회장 ·한빛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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