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곰삭은 남도의 발효음식

  • 입력 2011-09-09  |  수정 2011-09-09 07:37  |  발행일 2011-09-09 제18면


지난해 여름 전북을 거쳐 국토 서남쪽 해안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여행 초반, 매끼 식사는 거의 한정식으로 먹었다. 그 이유는 여행객 사이에서 전라도 한정식은 반찬수가 많고 그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전라도 한정식에 올라오는 반찬수가 많고 푸짐한 이유는 넓고 기름진 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천일염의 산지인 까닭에 여러 젓갈과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예부터 유배지로 많이 활용된 탓에 궁중이나 한양 양반가의 조리법이 많이 전해진 것도 음식의 다양성에 한몫을 하였을 것이다.

맨 처음 접한 전라도 한정식은 변산반도에 자리한 군산식당에서였다. 각종 젓갈과 게장, 백합구이, 백합죽, 꽃게탕, 생선구이, 된장, 나물, 기본 밑반찬 등 30여개에 가까운 반찬이 밥상 위에 올라왔다. 밥 한술에 한 가지씩만 먹어도 다시 순번이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푸짐했다. 게다가 음식 대부분이 생물로 만들어져 있어 내 입에 잘 맞았다. 김치를 비롯한 간장게장이나 된장같은 발효음식의 발효강도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날이 지나 목포, 해남, 강진 등지의 남도로 접어들자 한정식에 올라온 음식의 발효 강도가 전북 쪽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 음식냄새에 민감하고 비위가 약한 나로서는 이런 남도의 발효음식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특히 삭힌 홍어에서 풍기는 독특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 금방 숟가락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별 수 없이 여행 말기에 이르러서는 남도한정식 대신 찜과 탕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하지만 곁들여 나온 밑반찬의 발효 정도는 한정식과 매 한가지였다.

혀처럼 간사한 것이 없고 미각은 길들이기에 달렸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꾸 먹어보면 자연스러워진다. 앞으로 젓갈을 듬뿍 넣어 오래 숙성시킨 곰삭은 김치와 잘 삭힌 홍어로 대표되는 남도의 발효음식과도 좀 친해져야겠다. 남도를 대표하는 이런 전통 발효음식이 장수식품이자 웰빙음식이 된 지 이미 오래지 않은가?

이무건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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