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네가 예술가인가?

  • 입력 2011-09-15  |  수정 2011-09-15 07:37  |  발행일 2011-09-15 제19면
[문화산책] 네가 예술가인가?


지휘를 공부하고 귀국한 후, 내가 늘 후회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과연 내가 예술가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을 예술행위라고 할까.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버릴 수 없는 근본적인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름다움을 추구함에 있어서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기술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배워서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 기술이 누구나 보기에 탁월해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에 사람들이 감동하고 박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름다움을 추구함에 있어서 그 목적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에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보기 좋아서 예술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애초에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 발휘되는 엄청난 기교를 우리는 예술이라 하지 않는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기능적인 행위이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의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을 찬양하는 것에 쓰이는 음악, 드라마에 활력을 주는 음악들을 기능음악이라고 한다.

그래서 ‘Art for the sake of art - 아름다움을 추구하되 그 목적이 아름다움의 표현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라는 탐미적인 문구를 예술은 즐겨쓰고 있다. 학교에서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지휘 등 예술적인 작품을 어떻게 지휘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오케스트라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지에 대하여 나로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배우고 경험하였다.

그런데 그걸로 돈 벌어 살기 시작한지 5년 정도. 그동안 돈벌기 위해 때로는 원치 않는 음악을 지휘해야 했고, 스스로 그런 기획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표를 사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과연 내가 예술가인가 하는 참담한 심정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뒤집어야겠다는 도전을 결심하지만, 늘 미루게 된다. 그런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의 선배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황원구 <수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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