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친구여 앙코르로 가라

  • 입력 2011-09-16  |  수정 2011-09-16 07:55  |  발행일 2011-09-16 제18면


앙코르란 수도를 뜻하는 크메르어지만, 통상 캄보디아의 최전성기를 누렸던 앙코르왕조의 유적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앙코르의 존속기간은 대략 서기 802년부터 1431년까지라 전한다.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말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중 28명의 왕이 앙코르를 통치했으며 이들 중 앙코르와트를 건축한 수리야바르만 2세와 앙코르톰을 비롯한 수많은 불교사원을 건축한 자야바르만 7세의 명성이 드높다.

캄보디아 씨엠레아프 인근에 산재한 앙코르유적은 현재까지 발굴된 곳만 200개가 훨씬 넘는다. 이 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50여 곳 정도이고,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앙코르와트, 바욘, 따프롬 사원 세 곳이다. 이 곳 사원들은 대부분 열대지방의 흙으로 만든 라테라이트 벽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사암을 이용해 지었으며, 사암의 벽면에는 섬세하고 정교한 부조와 조각을 새겼다.

난 작년 가을 앙코르를 다녀왔다. 유적지 매표소를 지나 거대한 석조물을 맨 처음 접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12세기에 지은 것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장중한 부피와 구조, 섬세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 앙코르유적을 돌아보는 내내 약 900년 전의 원시적 장비로 이런 대역사를 이룬 옛 크메르인의 저력에 놀라워했다.

유적의 다양함, 방대함과 더불어 앙코르유적이 가지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그냥 눈으로만 감상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영혼과 마음으로 크메르인들이 인류의 문명사에 남긴 고귀한 흔적을 느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돌아본다면 돌덩어리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지만, 당시 그들의 생활상과 종교관을 공부하면서 답사한다면 밑도 끝도 없이 심오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일생 중 꼭 한 번은 앙코르에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가능하면 젊었을 때가 좋다. 걸어야 하는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1924년, 앙코르를 방문했던 비어스키가 말한 “친구여, 앙코르로 가라. 그 유적과 꿈이 있는 곳으로”라는 명언은 87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무건 <치과의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