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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간이역들을 보게 된다. 청랑한 가을 햇살이 한가롭게 내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정물처럼 고즈넉이 서 있는 간이역.
우리는 그런 간이역을 보면 그저 ‘옛날에 기차를 타고 내리던 곳’ 정도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친다. 더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먹고 살기에도 바쁜’ 각박한 현실에 부대끼며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힘겹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마음의 안식을 찾고 싶다면 한번쯤 기차를 타고 간이역을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윽한 눈길로 역사 곳곳을 둘러보며 그곳을 통해 오고간 이름 모를 사람들의 흔적과 그들이 남기고 간 갖가지 소박하고도 애틋한 사연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으리라.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역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했고 아재와 아지매, 형과 언니들은 역을 통해 청운의 푸른 꿈을 내디뎠다. 이처럼 역은 오랜 세월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고단한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였다.
삶의 흔적이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 이제 간이역의 역사(驛舍)들도 서서히 역사(歷史)가 되어가고 있다. 생각해 보라. 어느 멋진 건물이 간이역처럼 우리들의 삶의 흔적을 그토록 오래도록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겠는가. 어느 번듯한 빌딩이 간이역처럼 우리들의 눈물과 웃음, 만남과 이별에 얽힌 애틋한 사연들을 켜켜이 새기고 있겠는가. 간이역은 우리들의 숨결이 묻어 있는 추억의 장소요 애환이 서려 있는 삶의 공간인 것이다.
우리는 더러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개발이라는 이유로 허물어 버리거나 혹은 무관심으로 잃어버린 후에야 후회를 한다. 간이역들도 그렇게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이며 역사의 흔적들을 너무 쉽게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가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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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간이역 소고(小考)](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09/20110926.01022073932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