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북소리

  • 입력 2011-10-10  |  수정 2011-10-10 08:08  |  발행일 2011-10-10 제23면
[문화산책] 북소리

가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각 지역 축제의 마당에서는 신명나는 북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지고 있다.

원래 북의 용도는 동물이나 적을 위협하여 물리치거나 또는 제사·주술용으로 쓰였는데, 점점 경보나 신호의 도구 등으로 그 용도가 다양화되다가 나중에는 리듬의 표현을 위한 악기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북의 종류에는 삼현육각의 연주에 쓰이는 좌고, 행진음악에 쓰이는 용고, 북춤에 쓰이는 교방고, 불교의식에 쓰이는 법고, 사당패들이 쓰는 소고, 판소리 장단에 쓰이는 소리북, 농악에 쓰이는 매구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북은 바로 자명고(自鳴鼓)와 신문고(申聞鼓)가 아닌가 싶다.

아시다시피 자명고는 적의 침입이 있으면 저절로 울리는 북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 대무신왕은 낙랑을 정벌하려 하였으나 낙랑에 적군의 침입을 저절로 알리는 북이 있어 늘 실패를 거듭하였다. 그때 마침 아들인 호동왕자가 낙랑태수의 딸과 사랑을 하게 되었고, 호동은 낙랑의 공주로 하여금 북을 찢게 하여 결국 정벌에 성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문고는 조선 초기 억울함이 있는 백성이 그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치던 북인데 북소리가 들리면 임금이 친히 나서서 북을 친 자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처리해 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두 북은 내우와 외환을 알려주는, 즉 우리 민족의 국가적 수난과 민족적 아픔을 가장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는 북이 아닌가 싶다.

지금 전국 도처에서 흥겹게 울려 퍼지는 축제의 북소리 속에 어쩌면 지나친 치적쌓기용 행사에 국가와 지방의 재정이 무너지는 위기를 알리는 자명고의 북소리가, 그리고 또한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외된 누군가의 억울하고 참담한 사연이 담긴 신문고의 북소리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턱없는 기우일까.

박희채 <소설가·안동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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