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보물지도

  • 입력 2011-10-13  |  수정 2011-10-13 07:58  |  발행일 2011-10-13 제19면
[문화산책] 보물지도

클래식 음악을 지겹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분들에게 올립니다.

음악은 시간예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이 생기고 복잡한 전개과정을 거쳐 해결되는 드라마와 똑같은 모양을 지니고 있지요. 단지 드라마는 말과 장면이 동반되지만 음악은 그 두 가지 대신 음표의 나열로만 되어있을 뿐입니다.

음표를 글처럼 못 읽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작곡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마치 영화를 보듯이 이해하기 쉽도록 보물지도를 그렸습니다. ‘보물같은 나의 음악을 잘 찾으려면 이렇게 오십시오’라고 말이지요.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하면서 지도를 보고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늘 다녀서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굳이 수고하지 않아도 늘 들을 수 있는 쉬운 음악은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직장, 슈퍼, 은행, 백화점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소문난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은 지도를 펴놓고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 어떤 볼거리와 체험할 거리가 있는지 정보를 얻고 답사순서까지 짜서 방문하게 되지요. 클래식이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곳을 여러분은 백화점 가듯이 가려고 하지 않으십니까.

친구에게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 추천 받은 곳이 있는데, ‘오! 내일 꼭 아이들 데리고 직접 가야지’ 라고 생각하고서 아무런 정보없이 출발하여 헤매다가 목적지를 찾지도 못하고 긴 드라이브 끝에 집에 돌아와서 다짐합니다. ‘그곳은 아름답지 않은 곳일 거야!’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예술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경외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우리를 쉬운 음악에만 가슴을 열어놓게 하고, 조금이라도 예술적인 경향이 있는 음악을 만나면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지요.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죄 없이 격리조치되고, 클래식 음악가는 공로없이 우대되는 기이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보물지도, 가지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것이 당신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순간 그 난해한 음악들은 여러분의 보물이 될 것입니다.

황원구 <수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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