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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가 그리워질 때면 통영을 찾는다. 통영은 맑고 푸른 바다와 운하, 아치형의 다리가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고의 아름다운 항구다. 또한 기념관과 문학관을 통해 윤이상,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박경리, 전혁림 등 통영이 배출한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느껴볼 수 있는 예향(藝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는 어떤가? 대구도 그 주변으로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하고 박태준, 이쾌대, 이상화, 이장희, 이육사, 박목월, 현진건 등 유명 예술가의 정신적 모태가 된 도시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는 약령시와 서문시장의 명맥이 이어진 역사의 도시이자, 일제치하에서 맨 처음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으며 우리나라 민주화의 도화선이 되었던 2·28 학생의거가 일어난 애국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렇듯 대구와 통영은 문화적 토양은 엇비슷하지만 문화마인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 대구는 페스티벌 위주고 통영은 하드웨어 위주다. 나는 올 초 통영에 들렀을 때 깜짝 놀랐다. 불과 1∼2년 사이에 윤이상 기념관, 박경리 문학관, 김춘수 유품관 등 세 개의 전시관이 더 개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을 돌아보는 동안 내내 이상화고택 하나를 복원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되었고 이것 말고는 변변한 기념관이나 문학관조차 하나 없는 대구의 현실을 떠올리며 통영을 무척 부러워했다.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첨단 의료장비와 많은 의과대학, 우수한 교수진 등을 목청껏 홍보한다고 환자들이 대구로 몰려올까? 아닐 것이다. 나는 그보다는 대구에 충북 음성에 자리한 의약박물관과 같은 제대로 된 서양의학박물관 하나를 만들어 우리나라 지방도시 중 가장 먼저 서양의학이 도입된 곳이 바로 대구라는 역사적 사실을 외지인에게 보여주는 일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 믿고 있다.
이제부터 대구도 축제 일변도의 문화행정에서 벗어나 박물관이나 문학관, 기념관 등의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축제는 한 번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이 같은 유형의 문화자산은 오래도록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지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무건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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