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4분 33초

  • 입력 2011-10-25  |  수정 2011-10-25 07:46  |  발행일 2011-10-25 제20면
[문화산책] 4분 33초

‘4분 33초’는 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대표작품이다. 행위예술가인 동시에 시인이며, 버섯학자이자 미술가이기도 한 그는 음악에서도 자신의 다채로운 인생경력만큼 개성있는 철학으로 연주자와 관객의 경계를 해체하며 새로운 예술운동에 몰입했다.

그의 ‘4분 33초’는 무대 위에 등장한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퇴장하는 기이한 작품이다. 작품이 초연되던 연주 홀에서 관중들은 기대와 호기심으로 반신반의하며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케이지는 이 작품을 통하여 ‘음악’의 개념에 크나큰 물음표를 던졌다. 지금껏 인류가 음악이라 여겨오던, 그 당연하던 ‘소리’ 현상을 ‘침묵과 침묵 안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소리들’로 대체함으로써 음악의 개념을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는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평가는 아직도 다양하지만 혹자는 이 작품의 중요성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에 비하기도 한다.

음악에서 이러한 획기적인 사건은 참 많았다. 독일의 20세기 작곡가 쇤베르크는 당시의 ‘사회 평등주의’ 사상을 한 옥타브 안의 열 두음을 동등하게 사용하는 ‘12음 기법’으로서 음악으로 실현했는가하면, 이탈리아의 쉘치는 단 하나의 음만으로 관현악곡의 각 악장을 작곡하는 극단성을 보여주었으며, 폴란드의 펜데레츠키는 히로시마의 원폭피해자를 위한 현악 합주곡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의 연속으로 당시의 상황을 음악으로 재현했다.

또한 프랑스의 작곡가 메시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새들의 생태를 연구해 ‘새의 카타로그’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는 눈을 감고 새들의 울음소리를 느낀다.

예술가들은 세상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으며, 그것을 자기만의 창의성으로 작품화해내는 사람이다. 모두가 비슷한 물질적·정신적 가치를 좇아가는 것 같은 요즘 세태를 보며, 나는 생각의 정형화된 틀을 거부했던 예술가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임주섭 <교수·천마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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