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유지 <섬유조형예술가> |
지난 여름 친구 S가 선물해준 작은 엽서에 이런 글귀가 있다. “Ne Prenez pas la vie au s rieux, de toute fa on, vous n’en sortirez pas vivant(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지 마라, 어쨌든 당신은 살아서 나갈 수 없다).” 프랑스 18세기 철학자인 베르나르 르 보비에 드 퐁트넬이라는 사람의 말이다.
S에게 그 엽서를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느껴지는 문장의 단순명료함에 놀랐으며, 18세기의 철학자에게도 인생의 무게가 다르지 않았음에 위로받았고, 작년 오월 제주의 밤바다를 앞에 두고 인생의 선배가 무심히 던진 ‘산 너머 똥밭’이라는 말에 눈물을 훔치며 박장대소했던 나와 S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나 한번쯤은 달갑지 않은 상황에 놓여 마음이 쓰리고 아팠던 기억은 있을 것이다. 무수한 잡념들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해결될 수 없는 상황과 해소되지도 못할 걱정에 싸여 며칠이고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당차게 삶의 이치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해하며, 소통에 목말라하고, 단단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질문과 답이 항상 원하는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영원하거나 항구적이지는 않다. 산 너머 똥밭이 기다릴지, 황금밭이 기다릴지는 가 보아야 아는 것이고, 거기에 다다랐을 때 뒤돌아 다시 산을 넘어 갈 수는 없다.
‘인생은 어차피 살아서 나갈 수 없는 것’이라는 퐁트넬의 말처럼, 극적이지만 위트 넘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지금인 것 같다. 서점에서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관련 서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가슴을 누르는 고민을 내려놓고 소소한 것들에게서 위로를 받는 것은 어떨까. 밤하늘의 별빛이, 혹은 반짝이는 햇살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늘은 높고 푸르며,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길을 나서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인생 곳곳에 기다리고 있을 산과 똥밭에 졸지 말고, 길을 나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