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간판도 문화다

  • 입력 2011-11-15  |  수정 2011-11-15 07:49  |  발행일 2011-11-15 제20면
[문화산책] 간판도 문화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TV에 비쳐진 거리를 보며 ‘내가 사는 곳 맞아?’라며, 그 누구보다도 대구 사람들이 가장 놀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거리가 깔끔히 정리되어 보이는 여러 원인 중 하나는 간판 정비일 것이다. 눈에 띄고자 하는 간판 속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것은 ‘시각적 공격’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간판이 아직 주변에 수두룩하다. 잔 펀치를 자꾸 맞다보면 맷집이 생겨 감각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처럼 ‘시각적 공격’을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는 우리는 그 폭력에 점차 무감각해져간다.

이제 간판을 보며 그 가게의 수준과 역량을 가늠해 보자. 간판을 여기저기 내건 학원은 그 간판의 크기나 수만큼 실력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있는 것인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빛으로 휘감은 어마어마한 간판의 타이어가게는 재고 제품이 많아서 이렇게 해서라도 물품을 빨리 소진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흔들흔들 춤추는 바람 인형을 세워둔 빨간색 큰 간판의 가게는 맛이 좋아서 사람이 많이 찾는 집일까. 무지막지하게 큰 글씨의 병원은 비싼 의료 기계를 리스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봐야만 하는 마음 급한 의사선생님이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큰 간판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사를 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오히려 정리되고 세련된 간판을 보면 더 신뢰감을 느끼며, 주변 환경이 어떻게 되든 혼자만 잘 살겠다는 느낌의 가게를 멀리 할 수 있는 정도의 시민의식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판이 서로 서로 튀고자만 하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룰 때 그 어울림 속에서 자신의 가게나 그 가게가 속한 건물과 거리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이번 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보았다. 자치단체도 간판의 법적 규제가 잘 지켜지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소비자의 수준과 바람을 알고 가게들이 스스로 자정해 나간다면 어떨까.

간판은 도시문화이고, 문화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우리는 아름다운 도시, 쾌적한 도시에 살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정경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 수성구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