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 vs 돈

  • 입력 2011-11-17  |  수정 2011-11-17 08:01  |  발행일 2011-11-17 제19면

지휘자라는 직업상 외국을 자주 나가게 된다.

최근에도 필리핀 국립교향악단(PPO)의 시즌 정기공연 지휘를 하기 위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다녀왔다. 초청하는 쪽에서 비즈니스 좌석을 제공해줘 편안하게 귀국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옆 좌석에 앉은 한국인 부부의 행동은 단지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지나치기엔 많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누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 좌석을 바로하고 안전밸트를 매야 한다는 정도는 알 것이다. 보아하니 비행기도 여러번 타본 것 같은 사람들인데, 승무원이 세차례나 좌석을 바로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지만, 무시하고 아예 길게 누워버렸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착륙 40분 전에 식사를 달라고 하더니 착륙직전까지 식사를 해 승무원들을 당황케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은 결코 자기의 노예가 아니다. 그리고 비싼 돈을 내고 비즈니스 좌석을 구입했다고 해서 기본적인 질서를 어겨도 되는 것은 더욱이 아닐 것이다. 이런 해프닝을 보면서 필자는 ‘문화’와 ‘돈’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유럽을 선진국으로 보는 것은 단지 경제적 우월성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님은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예술가들을 존중하는, 그리고 그들을 기꺼이 도와주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있기에 우리는 그들의 나라를 선진국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석유라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일명 부자나라로 알려진 중동의 국가들을 우리가 선진국으로 부르지 않는 것은 다시말해, 문화는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돈의 위력이 갈수록 모든 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현재를 사는 필자도 돈의 중요성을 몰라서, 아니면 그냥 현실과 먼 아주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문화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통한다는 인식을 지닌 못난 사람들 땜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허다한 현재를 사는 음악인으로서, 살 만한 문화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이재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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