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백문불여일견

  • 입력 2011-11-21  |  수정 2011-11-21 07:36  |  발행일 2011-11-21 제23면

1997년 2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어학연수를 마친 후, 학교를 결정할 때 큰 고민 없이 선택한 곳이 알자스 지방의 주도인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였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기도 한 이 도시는 16세기에 세워진 스트라스부르그 대학을 비롯하여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및 여러 국·공립학교와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국립 극장과 연극학교가 위치한 교육의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곳 스트라스부르그에는 대학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문화카드(CARTE CULTURELLE)’가 있다. 모든 대학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무료로 발급되며, 두 번째 해부터는 6.5유로(약 1만원)를 지급하면 일년 동안 쓸 수 있는 카드를 재발급 받게 된다. 모든 공연을 5.5유로(약 8천400원)에 관람할 수 있으며, 미술관과 박물관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혜택이 제공된다.

이 지원 사업의 목적이 고가의 공연 관람비를 할인해 주는 것에 국한된 것 같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필요한 학생에게 그 길을 열어주어 그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옛말에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하였다. 강의실에서 습득된 예술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이 아닌, 스스로 현장을 찾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단순히 직접 보고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경험케 한다. 투명한 감성이 드러나고, 직관적이며 감각적인 미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관점을 정립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길이다.

“‘시선’으로 느끼고 무엇인가를 ‘응시’할 수 있다면, 당신은 바로 그림과 만나고 예술과 만나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는 말처럼 예술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공연장으로, 전시장으로 달려나갈 일이다.

정유지 <섬유조형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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