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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한자로 쓰면 屮(싹 날 철), 不(아닐 부), 知(알 지)다.
글자 의미를 그대로 풀이하면 싹이 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전 농경시대에 싹이 언제 나는 지를, 또는 씨를 뿌려야 하는 계절이 언제인지를 모른다는 의미로, 알맞은 시간에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하는 ‘그때’를 알지 못함을 철부지라고 하였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공부도 때가 있다’며, 일하고 공부하는 시기를 놓치는 철부지가 될까 걱정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자랐다. 그 말씀에 따라 열심히 일해 온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바라보며 뛰기만 하다보니, 이제는 일하는 중에 여유를 가지고 쉬거나 주변을 돌아보아야 하는 ‘그때’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철부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나 친구들과 사랑과 정을 나누며 추억을 쌓아가는 것.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반드시 ‘때’가 있다.
공연을 보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혹은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이 문화 활동은 아닐 것이다. 휴일 날, 집 앞 벤치에서 사랑하는 아들·딸과 시 한 편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 나누거나 동네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전 날 TV에서 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재미있었거나 감동적인 장면에 대하여 웃으며 의견을 나누고, 나이 드신 부모님과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신문의 문화면에 나온 여러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드리거나, 이른 아침 아파트 입구에 쭉 늘어선 가로수의 낙엽을 밟으며 부부가 손을 맞잡고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걷는 것도 문화 산책이다.
가을은 내년에도 다시 오겠지만 지금 이 나이의 가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일할 때나 공부할 때를 놓치면 철부지인 것처럼 관심과 애정을 서로 나누며 문화 활동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때를 놓치는 것도 철부지다.
혹, 우리는 누군가가 지금 바로 ‘이때’ 나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눈빛을 모른 채 그저 앞만 보며 나이 들어가는 철부지는 아닐지….
정경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 수성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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