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마음의 눈

  • 입력 2011-11-23  |  수정 2011-11-23 07:57  |  발행일 2011-11-23 제22면
[문화산책] 마음의 눈

어느 여름의 이야기다. 현재 작업실로 옮기기 전의 작업실은 집과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동생집에 얹혀 살 때였는데, 그때는 작업복과 평상복을 갈아입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아예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했다. 낡은 작업복에 심지어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러워 날씨도 좋고 하니 맨발로 자주 걸어 다니곤 했다.

그때는 남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즐겨 다녔다. 혹시나 병조각이나 다른 해로운 물건이 있을 수 있으니 길을 유심히 보면서 걸어야 하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그것만 빼면 도심 속에서 맨발로 걷는 기분도 참 괜찮았다.

아무튼 작업을 하다가 배가 출출해 집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작업실 문을 잠그고 슬리퍼를 손에 들고 나섰는데, 바로 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리어카에 종이상자며 신문지 등을 가득 실은 채로 지나가고 있었다.

과속방지 턱이 있어 할머니는 그 턱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계시기에 나는 뒤에서 힘차게 밀어드리고 방향이 같은 곳까지 동행을 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상자를 실었는지 뒤에서는 할머니 머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맞은편에 젊은 남녀 한 쌍이 리어카를 밀고 있는 나를 보고, 완전히 혐오스럽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그렇다. 헤지고 찢긴 작업복 차림에 손에는 슬리퍼까지 쥐고 맨발로 있으니 영락없는 거지 모습이다. 나는 아직도 그 눈빛이 잊히지가 않는다.

아마도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그런 눈빛으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게 따지면 나 또한 속물적 인간이 아닐 수 없다. 눈에 보이는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또 결론을 내린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들이 지니고 있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니 말이다. 이렇게 선입견과 편견에 물들어 있는 사회에 나 또한 동조하고 있었겠지하고 생각하니 씁쓸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이제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심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 스스로에 대한 바람이자 모든 사람에 대한 기대다.

김건예 <화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