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음 세대를 위하여

  • 입력 2011-11-24  |  수정 2011-11-24 09:02  |  발행일 2011-11-24 제19면

수년 전, 필자가 쿠바 국립오페라단의 국제 음악감독을 맡고 있을 때다. 하루는 쿠바 국립음대 부총장이 나에게 저녁에 연주회를 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무슨 음악회냐고 했더니, 쿠바 청소년과 베네주엘라 청소년으로 구성된 ‘라틴 아메리카노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이라 해서 처음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부총장은 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인지 지휘자가 누구인지를 말해주었다. 그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지휘자인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분된 마음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 공연이 나의 인생의 가치기준을 바꿔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40명으로 구성된 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나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연주력을 보여주었다. 프로 오케스트라도 연주하기 어려운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하는데 웬만한 프로보다 훨씬 뛰어난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날 이후 음악영재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뜻을 같이 하는 교육계 선배들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 예술영재원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주변의 많은 견제와 생각지도 않았던 관계들로 인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약 6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참으로 보람 있었던 것은 우리 영재 유스 오케스트라 출신 아이들이 음악적으로 놀랍게 성장해주었다는 것이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지원해야 할 예산도 부족한데, 특정인을 대상으로 많은 예산을 들인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우리보다 못한 이를 위한 배려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또한 우리가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강조하지 않아도 예술인 한 사람의 국제적 지명도가 그 나라의 문화의 척도가 되고, 또한 이것을 잠재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참으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배려하고 현명한 투자까지 할 수 있는 마인드로 인해, 우리 자녀들이 선진 문화인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 수 있기를 감히 상상해본다.
이재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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