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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서 편안하게 TV로 영화나 공연을 볼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적지 않은 관람료를 내고 발품을 팔아가며 극장이나 공연장을 찾을까.
현장감 때문이다. 잠시 동안, 현실의 ‘이곳’을 떠나 영화나 공연 속의 ‘그곳’으로 보다 완벽하게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영화나 공연을 함께 본다는 것은 그 순간 그 세상으로 같이 떠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하느냐’ 만큼 ‘누구와 하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서 동반자를 잘못 만나면 애써 마련한 그 여행길을 망치는 수가 있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앞좌석의 관객이 몇 번이나 휴대폰을 여닫으면서 문자메시지 확인을 하였다. 휴대폰을 여는 순간, 그 빛이 어두운 영화관 뒤쪽으로 확 펴지면서 영화 속에 빠져있던 눈길을 잡아 순식간에 나를 현실로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영화 속 ‘그곳’과 현실인 ‘이곳’을 오가고 나니 감상을 완전히 망친 기분이었다. 영화나 공연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휴대폰을 잊고 ‘그 세상’으로 편안히 갔다가 올 수는 없는 것일까.
또한 공연 내용 속으로의 짧은 여행을 마친 뒤, 그 여흥을 잠시 가슴으로 보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관에서 마지막 자막이 뜨는 그 순간에 서둘러 나서고, 공연장에서는 커튼콜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통로에 서서 기다린다. 공연장의 앞자리 관객은 뒷좌석에 앉아 감상한 관객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나갈 수 있게 잠시 앉아서 기다려 주는 것도 작지만 소중한 배려일 것이다. 며칠 전, 엑스코(EXCO)에서 모 가수가 앙코르로 부르는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일어나서 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성질 급한 한국인’의 한 장면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였다. 솔직히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수 보기가 민망하기조차 하였다.
지금 대구예술계에서는 ‘예술소비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훌륭한 지역예술가가 생산하는 좋은 공연이나 예술창작품과 더불어 관람예의를 갖춘 관객이 있을 때, 비로소 올바른 예술소비운동이 될 것이고 우리 대구는 진정 멋진 예술문화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정경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 수성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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