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 입력 2011-12-06  |  수정 2011-12-06 07:41  |  발행일 2011-12-06 제23면
[문화산책] 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미국에 잠시 머물 때였다. 졸업을 앞둔 작은 아들의 학교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무슨 축하 파티가 저녁에 있는데 참석할지 답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영어에 익숙하지도 못하고 미국의 이런 문화에도 낯선 나는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행사에 참석했다. 강당에 들어서니 성적이 많이 올랐거나 우수한 학생에게 상을 주는 축하행사였다. 상을 받는 학생과 부모에게만 연락하여 함께 모여서 자축했다. 상을 받지 않는 학생은 이러한 행사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것 같았다. 곧 있을 졸업식장에서 상을 주지 않고 왜 굳이 번거롭게 학생과 부모님을 저녁에 따로 모아 이런 행사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학생들에게 ‘상’은 지금 잘 하고 있다는 칭찬과 계속 잘 해나가라는 격려, 그리고 학생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하려는 의미일 뿐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하거나 뽐낼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을 소수의 학생보다 상을 받지 못하는 많은 학생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한국에서 있었던 큰 아들의 졸업식장이 떠올랐다. 전교 회장을 맡았던 학생이 거의 모든 상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그 학생의 어머니까지 ‘어머니 봉사’상을 받아서 모자가 계속 시상대를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 학생은 모든 상을 받을 만큼 착실하고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어머니도 헌신적으로 학교일을 돌보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학생에게 골고루 칭찬과 격려가 돌아가도록 해야만 진정한 상의 의미가 빛나지 않을까. 우수한 학생 한 명에게 상을 몰아주는 것은 사회에 나가서도 능력이 된다면 남을 배려하며 나눌 필요 없이 모두 다 가져도 괜찮다는 모습을 학생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곧 졸업시즌이다. 열심히 잘 한 학생에게 칭찬과 격려의 상은 필요하겠지만, 여러 개의 상을 몰아 받는 몇 명을 위한 시상식이 정말 교육적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졸업식이 졸업생 모두가 함께 주인공이 되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소중한 추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정경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 수성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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