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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빈센트 반 고흐가 뉘마 크로앵이라는 영감에게서 약간의 돈을 빌렸다. 머릿속에 그림 생각밖에 없던 고흐는 이 일을 곧 잊어버렸다.
어느 날 이 영감이 라부 주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고흐는 그에게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사실을 문득 기억해냈다. 그는 그날로 손수레를 하나 빌려서 거기에 그림을 가득 담고 뉘마 크로앵 영감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이렇게 사과했다.
“저는 돈을 갚을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이 그림들을 가져도 좋습니다. 이 그림들로 무언가 이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뉘마 크로앵 영감은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예술가의 그림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돈을 받았다 치겠소.”
그래서 고흐는 그림이 가득 담긴 수레를 끌고 돌아왔다. 이야기를 들은 영감의 마누라는 이렇게 덧붙였다.“당신도 참, 수레만이라도 받아놓지 그랬어요.”
이렇게 역사적 사료와 풍문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크로앵이 그림에 대한 조금의 관심만 있었다면, 고흐의 작품은 크로앵가의 대대손손 소중한 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흐와 크로앵과의 이야기에만 국한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고흐는 수많은 작가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무명작가였다. 그때 크로앵이 그랬듯이, 지금 누군가가 수많은 작가 중에 한 무명작가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누구나가 미래의 크로앵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주변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크로앵과 같은 비극적인 이야기(?)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행여 주위의 작가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즘과 같이 미술시장이 불황기일 때 작가는 많이 힘들고 외롭다.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게 작가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김건예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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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흐와 크로앵](https://www.yeongnam.com/mnt/file/201112/20111207.010220726130001i1.jpg)



